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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사례 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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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사례 모둠

경계성 지적장애인 원고 근로 임금에 대한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 적용 판결 사례

관리자 | 2018-01-16 | 845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2017년 장애인 인권과 권익증진에 영향을 끼친 디딤돌 판결과 걸림돌 판결 선정 판결 중, 걸림돌 판결 두 번째로 꼽힌 사례입니다.

 

사실관계를 인용해서 요약 정리하자면,

 

원고 A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근무했는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 피고에게 임금 및 준사기로 민사소송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고용주)는 원고(장애인 근로자)가 지능 70 정도의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7년 동안 고용하면서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함 점을 두고 볼 때, 피고(고용주)의 최저시급 소멸시효 (3) 항변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원고 측에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제한능력자에 버금가는 지적장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처럼 심각한 지적장애가 있다면, 원고의 형사 사건에서 검찰이 원고의 진술을 바탕으로 피고를 약식 기소한 바, 원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는 모순이 생긴다고 적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받지 못한 임금 중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3년 간의 최저임금 상당의 임금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하였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2015910일 선고 201373957 판결에서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채무자(사용자)는 근로 제공 과정에서 채권자(근로자)가 장애 여부를 알 수 있고, 따라서 임금은 이미 제공받은 근로 대가라는 점에서 지적장애인의 임금 청구사건에서는 채무자보다 채권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자(지적장애인)의 근로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공소시효 3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채권자(지적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채무자(사용자)는 채권자(근로자)의 근로 과정에서 장애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만큼 공소시효 3년 적용은 채권자의 인권 침해라는 것입니다. 만약 소멸시효를 고스란히 적용한다면, 다시 말해 채무자의 권리남용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사용자는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고도 시효기간이 지나면 임금을 지급할 필요성이 없음을 용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위의 재판부 판결은 지적장애인의 권리행사능력, 그러니까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지나친 형식적 논리에 얽매였다고 여겨집니다. 재판부 판결의 핵심은 피고가 지적장애인이긴 하나, 그 장애 정도를 두고 볼 때 자기 권리를 요구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적어도 그 시점만의 해당 장애인(원고)의 모습/태도/의사능력을 본 재판부의 판단은, 일견 일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은 누구에게 조력받는가에 따라 의사표현 수준과 내용은 상이하게 달라집니다. 피고(채권자, 사용주)와의 관계에서 지적장애인 원고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긴 시간 동안 착취와 억압의 관계에 놓였던 피해자로서는 그 시간 동안 가해자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자신이 학대받는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원고/장애인/근로자의 권리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그 만큼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합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권리를 말하는 지적장애인의 의사소통 수준만을 보고, ‘당신 정도의 의사 표현 능력이었다면, 예전에도 충분히 말할 수 있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관점에 머물렀기에 재판부는 오늘날 당신 의사 표현, 즉 당신 진술을 토대로 검사는 피고/사용자/채무자에 대해 약식기소를 했는데, 게다가 지금 당신은 지난 시기의 근로 임금에 대해 피고/사용자에게 전액 변제할 것을 요구할 만큼 의사 능력이 있는 상황인데, 당신 의사 표현 능력이 부족하여 임금 청구를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판시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판부의 이런 판결 자체가 어불성설인데도 말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지적장애인은 (포함한 자폐성 및 정신장애인까지도) 누군가로부터 조력을 받는가에 따라 의사소통능력은 현저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그것은 장애가 없는 일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로부터 학대받는 사람이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긴 시간 동안 그 학대가 이어진 상황이라면, 적어도 그 학대받는 시간 동안에는 제대로 된 의사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한 번씩 나오는 아버지에 의한 자녀의 성폭행 및 아내 폭행 사건을 비롯하여 학원 원장에 의한 학생 성폭력 사건 등은 이러한 학대 피해자-학대 가해자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학대받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적 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이었음에도 긴 시간 동안 자신이 학대받는 상황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지 발설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법부가 사회적 약자의 편을 무조건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사법부가 견지해야 할 대목은 그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의 현재적 측면만이 아니라, 해당 사건이 발생한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할 때, 비로서 공정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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