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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현실, 불확실한 미래, 어디에 삶을 걸어야 하나?

관리자 | 2021-04-15 | 1206
   참담한 현실, 불확실한 미래 

어디에, 삶을 걸어야 하나?

 

 

 

김양은 2급의 지적장애가 있는 14살의 소녀입니다. 소녀 아버지 김씨는 3급 지적장애인이자 알콜중독자였기에, 실제 그녀를 돌보는 것은 친할머니였습니다.

 

아버지 김씨는 김양보다 경증의 지적장애였으나, 사회 생활을 거의 하지 않거나 못했습니다.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거나 사고를 치는 일이 더러 있기도 하여,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인 김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았습니다. 지적장애가 있기에 정신병원 같은 곳에 들어가면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꺼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양 어머니는 김씨의 행패를 견뎌내지 못해, 집을 나간 지 오래 되었습니다.

 

문제는 김씨의 알콜중독 생활이 오래되면서 그녀 딸인 김양이나 아들인 초등학생 5학년인 김군이 김씨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문에 담당 구청에서는 김씨 가구를 요주의 사례관리 대상으로 두고,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모니터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양의 일상생활은 더욱 좋지 않은 모습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김양이었기에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지, 자신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 것인지, 좀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훈련해야 했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런 학습의 계기는 빈곤했습니다. 그 결과, 김양은 본인의 감정만을 일방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김양의 불우한 처지를 측은하게 여겨 김양에게 다가갔던 주위 사람들은 김양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태도 앞에서 떠나버리곤 했습니다. 문제는 김양이 왜 그들이 떠나가는지를 인식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사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김양은 주위 대부분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본인에게 관심하는 사람이 없자, 그 스스로도 사회와 단절하였습니다. 그러자 김양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학교를 가지 않기 시작했고, 갖고 있던 패드만으로 생활했습니다. 학교에 가더라도 잠시 갔다가, 이내 집으로 되돌아와서 본인의 패드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생활하는 패턴을 이어나갔습니다. 학교 담당 교사들은 김양에게 학교에서 수업이라도 듣고 가라고 권유했지만, 김양은 교사들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후 어찌될지 모르겠으나, 학교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김양은 학년 진학도 하지 못한 채, 더욱 좋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김양이 처한 삶의 현실은, 무척 참담합니다. 알콜중독 지적장애 아버지와 소녀의 양육을 담당하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손녀보다는 손자에게 자연스럽게 눈길과 정성을 쏟는 할머니. 그리고 본인 말을 듣지 않는 남동생. 이런 현실을 상상할 때, 그녀의 현재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아버지의 알콜중독 치료를 위해 우리 기관을 비롯하여 각종 유관 기관들이 나서서 할머니로 하여금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본인 아들이 애틋해서인지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계속 거절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아버지도 절대 정신병원은 입원하지 않겠다는 말을 줄곧 합니다.)

 

문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더라도 아버지 김씨의 알콜중독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에 서너달 정도 입원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퇴원 이후, 계속 김양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결국 김양의 주거지를 장애인 쉼터나 시설 등으로 옮기는 식으로 가족과 단절을 하지 않는다면, 김양의 삶은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주거지를 분리한다고 할 때, 이런 선택이 김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과연 김양의 삶이 지금보다는 좀 더 건강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약 3년 전, 아버지 김씨의 방임으로 김양은 약 1개월 정도 일시적으로 비장애아동 시설에 분리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김씨가 김양을 다시 집으로 데려 가겠다고 적잖은 난동을 부렸고, 한편으로 김양 자신도 시설보다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여 결국 집으로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양에게 시설 생활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서인지 본인도 시설 가는 것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가는 것이, 김양이 분리되었던 곳이 비장애아동 시설이었기에 지적장애 2급의 김양으로서는 그 곳 생활이 녹록치 않았으리라 추정됩니다.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아이들끼리 파벌이 나뉘고 권력 관계가 형성되기에 지적장애 2급의 김양으로서는 이런저런 고달픈 일들이 없진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여튼, 지금 여기의 참담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우리로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불확실한 미래의 전제에는 김양 본인이 가겠다는 의지라도 있어야, 그나마 가능합니다) 현재의 문제점을 이대로 계속 안고 가기에는 김양의 삶이 갈수록 더욱 험악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기관의 개입으로 인해 아버지나 할머니, 그리고 김양도 좀 더 나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다만,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먹을 것이고, 할머니는 김양을 감당하지 못해 외면할 것이고, 비장애 남동생도 지적장애가 있는 누나를 무시하려 들 것입니다. 이런 현실 관계 속에서 김양이 제대로 된 생활을 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김양은 지금껏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적잖은 거부와 배제를 당하고 살아왔고,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김양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과연 온당할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하더라도, 지금 여기의 현실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비록 불확실하고 본인이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여 김양이 생활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시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일 수 있을지? (그런데 이 또한 어려운 것이, 김양이 갈수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입니다)

 

우리들은 참담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어찌 하지 못해 전전긍긍거리다 결국 현재의 최악이 더욱 나쁜 모습으로 귀결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합니다. 물론,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했다가 현재의 최악보다 더욱 좋지 않은 상황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결국 그 결과앞에서 후회를 합니다. 김양의 경우에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악을 피하는 모습일 수 있을까요? 정말이지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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