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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사례 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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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사례 모둠

지역사회 무연고 발달장애인이 당면하는, '외로움'의 문제

관리자 | 2021-03-10 | 1677

 

00씨는, 비장애인처럼 기본적인 일상 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는,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면 ... 조금... 다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지적장애 3급의 무연고 발달장애여성입니다. 그 이는 어린 시절을 부모님 없이 할머니 밑에서 보내었는데,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자퇴 이후,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는, 길거리에서 만난 남성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습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기초생활수급권자였던 그녀의 수급비를 착취하거나, 때리기도 했는데, 옹호기관과의 첫 만남도 그런 사건때문이었습니다.

 

학대 신고를 받고 찾아간 병원에서 처음 본 그녀는, 동거남의 폭행으로 얼굴에 푸른 멍자국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보호자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떠맡고 있던 이모는 폭행을 저지른 남성을 비난하면서, 본인이 그녀의 보호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이런 연락을 받는 것도 한 두번이 아니었는지라, 본인으로선 기껍지 않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이모는 이후로도 본인이나 그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에, 00씨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정신병원으로 입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그녀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기에 오랜 시간 동안 (어쩌면, 그녀가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겠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 이모의 뜻에 대해 병원에 누워있던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기에 정신병원 입원은 기정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서는 경증 발달장애여성인 김00씨가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으로 입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때문에 정신병원 입원을 추진했던 이모를 만나서 설득했고, 결국 이모는 본인의 뜻을 접었습니다. 대신 저희는 김00씨가 지낼 만한 거처 몇 곳을 지원, 연결해주었습니다. 모처에서 지내는 동안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으나, 1여 년의 시간 동안 김00씨는, 그래도, 지난날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국가로부터 본인만의 공간/거처를 지원받아, 장애인끼리의 공동생활에서 벗어나, 그녀의 꿈이었던 혼자만의 공간에서 드디어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설 퇴소 며칠 전부터 그녀는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녀는 본인의 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부모 사후, 할머니 집에서 눈칫밥 먹고 살다가 거리로 나선 이후로는 사귄 남자들의 집에서 얹혀 살았습니다. 때문에 경제적 착취를 당하거나 신체적 학대 피해를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드디어 본인의 거처가 생기는 것은,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사 당일. 그녀는 행복하고 설레는 얼굴로 본인 집에 입주했습니다. 입주 전, 저희는 김00씨가 술을 즐겨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급적 자제할 것을 부탁/제안하며, 본인의 일상을 건강하게 꾸려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입주 첫날부터 매일 같이 거의 술을 마셨습니다. 또한 본인을 때리기도 했던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자립공간을 마련해주고 입주과정에서 제반 지원을 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계속 걸어,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외롭다.... 행복하지 않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힘들다...’ 뭐 이런 류의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자립에 있어 가장 어려운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외로움입니다. 특히, 학대 피해를 경험한 장애인의 경우, 경증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있어 어려움과 불안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특히, 무연고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기에 이런 어려움은 더욱 큽니다. 그나마, 본인의 일상을 돌봐주는 활동지원사나 공공후견인이 있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으나, 근원적인 해결은 어렵습니다. 때문에 발달장애인들끼리의 또래 집단을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그나마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이나, 이를 담당하는 기관은 현재 없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걱정되는 바가 없진 않습니다. 이렇게 계속 술을 마시다가 어쩌면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없진 않습니다.  ‘외로움은 분명 개인의 문제이나, 적어도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오롯이 개인문제라고 말하기에는,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제도적 차원의 장애연금이나 활동지원사에 대한 제공 차원만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의 삶(외로움)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대목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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