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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HIV 감염 여성을 악마로 만들었나

관리자 | 2017-11-13 | 678

한겨레21

누가 HIV 감염 여성을 악마로 만들었나.

    

[한겨레21] 성매매로 구속된 부산 HIV 감염 여성의 부모·법률 대리인·조력자들의 증언과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 심리·지능검사 결과가 말하는 그녀의 삶과 낙인

11월8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법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온라인에서 만난 남성과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한 김지영(가명)씨의 재판이 열렸다. 김진수 기자

11월8일 수요일 오전 11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304호 법정. 피고인 김지영(26·가명)씨가 판사 앞에 섰다. 정돈되지 않은 단발머리를 질끈 묶고 녹색 죄수복을 입었다.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를 말씀해주세요.” 판사가 본인 확인을 요구하자, 김씨는 고개를 왼쪽으로 꺾고 내뱉는 듯한 말투로 빠르게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말했다.



악마를 만드는 언론

한국 HIV/AIDS감염인연합회가 지난 7월 한국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위쪽). 부산 HIV 감염 여성의 온라인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 동안 250여 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KNP+ 제공/ 네이버 화면 갈무리


김씨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다. 그는 지난 8월 온라인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남성에게 자신이 HIV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10월14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실은 <부산일보>가 10월19일 ‘에이즈 보균 20대 여, 부산 전역서 성매매’라는 기사로 보도하면서 사회에 ‘에이즈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기사가 나온 10월19일 하루 동안 포털 사이트에는 모두 253건의 ‘부산 에이즈녀’ 기사가 쏟아졌다. 종합일간지,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각종 온라인 매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김씨의 피의 사실을 흘리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인터넷 이용자들이 여러 댓글을 달자, 이번엔 ‘에이즈로 돈 벌고… 세상에’ ‘돈 주고 죽음을 샀다’ 같은 누리꾼들의 반응을 제목으로 단 기사들이 재생산됐다. 김지영씨가 2010년 2월 HIV 감염 확진을 받은 뒤 그해 9월에도 온라인 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적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언론 보도와 기사에 달리는 댓글의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기사 제목에 ‘충격’ ‘발칵’ ‘비상’ ‘일파만파’ 같은 단어가 넘실댔다.

보도가 나오고 하루 뒤인 10월20일,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HIV 감염인 인권단체 9곳이 모여 만든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와 ‘장애여성공감’은 ‘우리는 가십거리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 여성을 악마로 만드는 언론의 태도는 에이즈 예방은커녕 불안감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인권에 기반한 에이즈 예방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현재의 복지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에이즈를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과 한국여성의전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장애인연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41개 여성단체들도 연대해 “성매매 여성과 에이즈 문제를 연결한 보도 태도가 도를 넘어서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 혐오를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에이즈는 끔찍한 형벌 같은 병이다 → 에이즈 환자와 손만 닿아도 전염된다 →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남성과 성관계를 한 여성은 에이즈를 고의로 퍼뜨리려는 끔찍한 악마다’. 언론과 대중이 김지영씨를 비롯한 여성 HIV 감염인을 악마화하는 인식 경로다. 이는 인권·여성 단체들이 사건을 보는 태도와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간극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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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진술조력 받지 못한 김씨


둘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것에 전문가들은 김씨가 놓여 있던 ‘지적장애’와 ‘성매매’라는 두 개의 열악한 조건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씨를 지원하는 변정희 소장은 10월14일 이후 세 차례 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를 면회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지적장애 여성은) 일상생활에선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해도 성매매·성폭력 사건에 노출되면 폭력에 길들여진다. 또 성구매자의 언어에 길들여지며 성매매의 고통이 무엇인지, 남자친구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김씨가 성매매를 할 동안 PC방 등에서 대기하며 성매매가 끝나면 돈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그 돈으로 생활용품을 사거나, 다른 필요한 일을 했다. 변 소장은 “김지영씨는 이것을 착취관계라고 해석하지 못한다. 이 관계가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자친구의 성매매 알선은 명백한 범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김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지적장애 여성으로서 받아야 할 법적 배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고,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10월14일 김씨를 체포해서 조사할 때 신뢰관계인으로서 김씨의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어머니는 수사가 3분의 2 정도 끝난 뒤에야 경찰서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들어가니까 이미 조사를 하고 있었고, 조사 자리에 1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머니가 한 일은 “같이 울고, 애를 혼내는 일”이었다. 1차 조사와 비슷하게 2시간가량 걸린 2차 피의자 신문 때는 물론 검찰 조사에서도 김씨는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박용민 부산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지적장애 성매매 여성을 조사하는 데 진술조력인으로 어머니를 부른다는 것은 장애인이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어머니는 딸이 HIV 감염인인데다 성매매로 적발됐기에 죄의식이 가득한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 어머니가 와서 울면 어떤 딸이 위축되지 않겠는가. 매우 아쉬운 조처다”라고 말했다. 박 관장은 이어 “어머니가 도착하기도 전에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법 규정을 피해가려는 형식적인 제스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욜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활동가는 “피해 여성이 병원을 잘 다니고 치료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럴 경우 HIV가 전염될 일은 거의 없다. 여러 언론의 ‘위험하다’는 공포 조장 보도는 과잉일 뿐 아니라 HIV 감염인들을 더욱 음지로 숨어들게 해, HIV 감염인들의 적절한 치료와 사회 적응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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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44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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