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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사례 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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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사례 모둠

돌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

관리자 | 2021-02-04 | 892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다양한 장애인학대사례를 올린다고 했지만, 일에 치이다 보니, 여의치 않았습니다.


올해부터는 다시 매월 1건 정도 올릴 예정이니, 관심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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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머리도 모자란 얘가 거렁뱅이처럼 구걸하는 것을 보고, 내가 집으로 데리고 와서, 지난 40여년 동안 돌보고 키웠는데... 이제 와서... 뭐라고 학대라꼬? 그람 나를 잡아가라.”

 

 

학대 행위가 의심되어 조사왔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난 후, 할머니는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설움에 복받쳐서인지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김선자(가명)씨를 분리해서 학대피해장애인쉼터(이하, 쉼터)로 모시고 가겠다는 말을 했을 때, 할머니는 내가 40년을 키웠는데.... 그 얘는 내가 아니면 키울 사람이 없다고 말하며, 단칼에 거절하였습니다. 물론, 할머니 의사와 무관하게 김선자씨는 이미 분리된 채, 쉼터로 가기 위해 이동차량에 탑승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학대행위자였던 할머니를 뒤로 한 채, 김선자씨를 데리고 쉼터로 이동하였습니다.


할머니가 김선자씨와 어떻게 함께 살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거리에서 구걸하는 모자란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지난 40년간 돌보고 키웠다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주위 사람들은 피붙이도 아닌데, 대단하다고 할 따름이었습니다. 때문에 할머니가 사람들 앞에서 때론 큰 소리로 김선자씨를 비난하여도, 어느 누구도 간여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와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은 김선자씨 명의의 10여 평의 도시공사아파트였습니다. 그래서 주민센터 담당자나 동장 등이 할머니와 그녀가 살고 있는 집에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방문 때마다 할머니와 김선자씨는 항상 함께 있었으며, 그녀의 통장이나 신분증 등은, 할머니 표현을 빌자면, '머리가 모자란' 김선자씨를 대신하여, 모두 할머니가 관리하였습니다. 그녀는 할머니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고, 그녀에게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부분 할머니가 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팔다리에 원인 모를 상처가 있음을, 동장과 주민센터 직원이 발견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할머니에게 상처에 대해 문의하였고, 할머니는 얘가 모자라서 자해를 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상흔을 발견했기 때문인지 주민센터 직원은 상처를 의심했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학대의심사건으로 신고하였습니다.

 

현장 조사 진행 과정에서 그녀와의 분리를 강하게 거부한 할머니의 의사를 뒤로 한 채, 김선자씨를 독립 공간으로 배치시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단 한 마디도 못했던 선자씨는, 분리 이후 할머니가 무섭다. 할머니가 나를 때린다. 할머니랑 같이 살기 싫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습니다. 긴 시간의 상담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에는 충분히 확인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녀의 보호자도 아니었고, 설령 보호자라 하더라도 성인의 나이였기에 당사자 의사를 확인했기에 (법적으로) 분리는 가능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할머니는 무연고자였던 김선자씨를 부모처럼 돌보고 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식에 대해 돌보는 것만으로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규정해놓은 돌봄의 기본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마치 훈육을 위한 체벌이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학대로 보기도 합니다. 지난날 (현재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자식을 부모 소유물로 여겼을 때는 자녀 체벌이 아무 문제가 아니 되었지만, 오늘날은 자녀 앞에서 (큰 소리로) 부부 싸움만 하더라도 아동발달에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여, 정서적 학대로 판정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그 만큼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돌보는 것’, 즉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 것만으로 부모 역할의 기본을 다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할머니는 '피붙이'도 아닌 '지적장애인'을 키운 것만으로도 누구에게나 칭찬받을 일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칭찬받을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권이 그려내는 세상은, 사람을 돌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런 세상입니다.

 

오늘날 선자씨는 본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커피를 하루 세 잔 이상 마시며, 태어나서 처음 가진 자기만의 방에서, 처음 소유한 핸드폰으로,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그녀 혼자 오롯이 살아가기는 어렵기에 할머니가 아닌 누군가의 돌봄이 이후에도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그녀에 대한 돌봄은 이전과는 다른, 그녀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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